* 2018년 3월 작성
오늘 학교에서 처음으로 관제실습 수업을 들었다. 지난 주에 포르투갈에 있었으니 첫 주 수업을 빠진거지만 대학교 수업이 으레 그렇듯 첫 날에는 수업을 안 한 듯. 오늘에서야 제대로 된 수업을 시작했다. 조종사 역할을 하다가 태안비행장 로컬 관제를 했는데 정말 재밌었다. 예전에 이천에서 관제 하던 생각도 나고 처음 관제 해보는 다른 애들이 버벅이는거 보면서 처음 이천 가서 관제 배울 때 개고생 했던 기억도 난다.
군생활을 관제병으로 한 건 결국 나에게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항공을 좋아했고 한서대로 편입을 했기 때문이겠지. 우선 정식 관제 교육기관에 속해있지 않았음에도 꽤나 빡센 관제 환경을 접했다는 것, 그것도 실관제를 1년 반이나 해봤다는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일반인이 지정 대학교나 교육원을 통하지 않고 관제를 접하긴 어려운데, 이천에서 웬만한 비행장 뺨치는 트래픽을 겪어봤기에 관제라는 업무 자체가 익숙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천 로컬 관제는 시계비행과 계기비행에서 관할하는 업무와 용어가 짬뽕되어 있었다. 또 공군이나 민간에서 하는 관제보다는 시설이나 시스템 인력 등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만큼 육군 관제 체계가 허술하고 엉망이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 이것저것 다양하게 접해본 덕에 한서대 와서 공부할 때 많이 도움을 받았고 수업도 이해하기 쉬웠다. 군생활을 함께 한 탑장 김 상사는 정말 프로답게 업무를 하던 사람이다. 육군의 여러 한계로 인해 그 사람의 노고를 알아주는 동료는 거의 없었지만 관제 업무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별거 아닌 사소한 용어 실수와 잘못된 상황 대처에 굉장히 엄하게 꾸짖고 교정해줬다. 김상사는 항상 이천이 육군 관제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강조하곤 했다. 그런 사람 밑에서 관제를 배웠기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고맙게 느끼는 부분도 분명 있다. 나도 다행히 반감을 갖기 보단 열심히 관제를 배워보려 노력 했다. 그 때 썼던 관제 오답 노트는 아직도 집에 있는데 가끔 펴보면 당시 상황이 다 기억 난다. 그 노트 죽을 때까지 소장할 예정이다.
군대에 가기 전에도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단순히 흥미를 느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관제병으로 일하면서 항공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내 미래를 걸어 볼만한 일이라고 확신을 하며 전역을 하였다. 전 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하던 시절에는 어떻게든 항공과 연이 닿는 곳에 취업하고 싶어 이곳저곳 설명회도 다녀보고 사설 학원도 찾아가봤다. 우리 나라에 들어와있는 외항사에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내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점도 안 좋았고 전공도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항공기 운항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관제/운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늦은 나이에 편입을 하게 된건데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여튼 꽤 유익했던 군생활을 통해 관제가 어떤 면이 재밌고 어떤 면이 힘든지 먼저 겪어볼 수 있었고 그래서 운항관리사를 내 진로로 정할 수 있었다. 관제보다는 운항관리사가 더 종합적이고 넓은 범위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난 여러 항공 분야 중에서도 특히 민간항공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처음 관제를 할 때 머리랑 입이 따로 놀아 정말 고생 많이 했었다. 김 상사한테 육두문자까지 들아가면서 힘들게 관제를 배웠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 아마 그 기억에 관제사를 하겠다는 마음이 별로 안 드는 것 같기도 하다. ㅋㅋ 한 학기동안 재미와 향수를 불어 일으키는 수업 잘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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